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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오늘/스치는 것들에 대한

여전히 서툰 학생이고 싶다.



다큐 3일 <꿈 그리고 밥, 서울예대 취업 오디션 편>을 보고 난 후


그들은 학교에서 늘 당당해 보였다.

한편으로는 그들이 걱정되기도 했다.

내 코가 석 자이지만,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은 예술이 주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던 게 아닐까.

또, 나는 예술을 하고 있지 않다 생각했기에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

TV 속에서 그들을 보니 그저 같은 학생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불안하고, 미숙하고, 그렇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어 행복한 예대생.

며칠 전 읽은 <참 서툰 사람들>의 구절이 생각났다.



'서투르다'라는 말을 기분 좋게 들을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이 서투르지 않기를 바란다.

정글 같은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많은 것을

빨리 능숙하게 익혀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서투르다는 게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니다.

가령 능수능란하게 키스를 하는 이가

첫 키스의 떨림을 다시 느끼기란 쉽지 않다.

지금은 유명한 축구 선수가 되어 버린 이가

처음 축구화를 사서 고사리손으로

그 끈을 묶을 때의 두근거림을 다시 느끼기란 쉽지 않다.

그러니 서툰 이들이여, 서툰 지금을 창피해할 필요 없다.

아니, 후일에는 절대 다시 느낄 수 없을 그 느낌을

지금 충분히 만끽하기를 바란다.

시간이 흐르고 흐르면 필시

서툰 오늘이 다시 그리워질 터이니 말이다.



그래. 지금은 이렇게 서툴고, 배우고 싶은 것도 많고,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잘 모르기도 하지만

언젠가는 이 서툴고 고민이 마르지 않았던 지금이 그리워지는 날이 오겠지.

이것 아니면 안 된다는 신념으로 광고에 임하던 때를 생각하게 되겠지.

"매 순간" 이 길을 걸었던 것 자체로 참 행복했다.


이제 조금 다른 "매 순간"을 찾아 배우고자 한다.

아직도 서툰 모습으로, 그렇게 조금씩 나아가려 한다.